의정부성범죄전문변호사 테러리스트의 수기보리스 사빈코프 지음 | 정보라 옮김빛소굴 | 586쪽 | 1만7000원
보리스 사빈코프는 1879년 러시아제국 남서부의 도시 하리코프에서 태어났다. 무엇이 그를 테러리스트로 자라게 했을까. 그의 삶엔 그가 마주한 시대적 상황이 녹아있다. 그의 아버지는 군사법원 판사였는데, 진보적인 정치 성향 때문에 해고당한 뒤 말년은 정신병원에 갇혀 보냈다. 그의 막냇동생은 소련 정권에 저항하다 총살당했다. 그의 아들 역시 소련에서 정치 사건에 연루돼 34세에 총살당했다.
사빈코프는 노동운동을 하다 체포돼 볼로그다에 유배된다. 그는 유배지에서 도망쳐 스위스로 탈출하고, 그곳에서 사회혁명당에 가입해 본격적인 투쟁활동에 나선다. 재무장관 플레베, 모스크바 총독이자 당시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삼촌이던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 등 주요 인물 암살 작전 이야기가 책에 실려 있다.
폭탄 소리가 들리고, 성공 여부를 모른 채 나누는 대화 등 테러의 전말이 세세하게 기록돼있다. 사빈코프는 동지들과 거사를 준비하고, 때론 실패하고, 재정비하고,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오랫동안 함께 투쟁하며 의지했던 동지가 밀고자임을 알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발생한 일을 단순 나열한 회고록이 아니다. 정치적 신념과 도덕적 양심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내면을 섬세하게 담았다. ‘살해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 살인을 두려워’하고, ‘죽이기보다는 죽는 쪽이 쉬웠’던 당대 테러리스트들의 고뇌가 절제된 문체로 표현돼있다.
사빈코프는 혁명가이자 작가였다. 프랑스 파리로 망명해 이 책을 완성하고 소설 <창백한 말> 등을 펴낸다. 그는 소설에서도 테러의 윤리적 당위성에 대해 고민하는 인물을 그렸다. 그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종군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러시아로 돌아와서는 소비에트 공산주의 정권에 저항했다. 이후 그는 소련 정부의 비밀작전에 속아 결국 체포되고, 총살형을 선고받는다.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게 그의 마지막 공식 기록이다.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가 다가오는 신임 투표를 통해 축출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좌우 정당을 가리지 않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총리가 불신임되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세 번째 총리를 임명해야 한다.
AP통신과 유로뉴스 등 외신은 2일(현지시간) 바이루 총리가 오는 8일 열릴 자신의 신임 투표를 앞두고 좌우 정당 인사들을 두루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5일 바이루 총리는 재정적자 완화를 위한 440억유로(약 51조원) 규모의 긴축 예산안 추진에 동력을 얻고자 의회에 자신에 대한 신임 투표를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바이루 총리는 이날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과 보수정당인 공화당(LR), 중도좌파 정당인 플라스 퓌블리크 등 여러 정당 관계자들과 만났다. 전날에는 좌파정당 프랑스 공산당(PCF)과 회동했다.
불신임 의사를 드러내 온 정당들은 이날 더욱 강경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플라스 퓌블리크 소속 라파엘 글뤽스만 유럽의회 의원은 바이루 총리와의 회동 이후 취재진과 만나 “총리가 진정으로 예산안을 협상하고 합의할 의향이 있다면 신임 투표를 취소해야만 한다”며 “현 예산안은 수용 불가하다”고 말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바이루 총리가 사실상 내각의 종말을 선언했다”며 불신임 의사를 밝혔다. 마린 르펜 RN 의원도 “바이루 총리가 더 오래 재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크롱주의와 결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초고속으로 의회를 해산하고 새 총리 선거를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루 총리의 범여권 중도파는 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야당들이 힘을 합칠 경우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바이루 총리의 모뎀 등 중도 진영은 161석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PCF와 굴복하지않는프랑스 등 좌파 진영은 192석을, RN과 LR 등 우파 진영은 138석을 확보하고 있다. 총리 신임안이 통과되려면 전체 의석 577석 중 과반인 289표가 필요하다.
외신은 바이루 총리 불신임 시 마크롱 대통령도 정치적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알자지라방송은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조기 총선 이후 해결하지 못했던 예산 문제를 다시 교착 상태로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AP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전통 좌파 또는 우파 총리를 새로 임명할 수 있다”면서도 “어떤 선택이든 불안정한 정치 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루 총리의 전임 총리였던 LR 소속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도 취임 3개월 만에 내각 불신임으로 축출된 바 있다.
이 가운데 시민들은 오는 10일 ‘모든 것을 막자’는 이름의 전국적 반정부 시위를 예고했다. 시민들은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고용 축소와 공휴일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긴축 예산안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프랑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8%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유럽연합은 GDP 대비 3%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