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검사출신변호사 전북도가 도민 참여로 마련한 발전기금을 활용해 미래세대를 지원하는 공익 장학사업을 시작한다.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도민과 행정이 함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가는 ‘전북형 사회협력’의 첫 실험이자 사회협약 제도의 상징적 출발점이다.
전북도는 2일 도청에서 NH농협은행 전북본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북지역본부와 함께 ‘전북특별자치도 사회협약 제1호’인 미래동행 장학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장학사업은 사회협약위원회 논의를 거쳐 도민 참여 기금을 공익 목적에 활용한 첫 사례다.
재원은 전북도와 NH농협이 공동 출시한 금융상품 ‘NH 함께하는 전북특별자치도 성공예금’ 가입자 잔액의 0.1%와 NH농협의 추가 기부금으로 조성됐다. 총 5000만원이 마련됐으며, 도내 초·중·고교생 전국대회 입상자 50명에게 1인당 100만원씩 지급된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장학금 지원을 넘어 도민 참여를 제도화한 사회협약의 성과로 주목된다. 사회협약위원회는 의회·학계·언론·법조·경제 분야 전문가 12명과 전북도 실·국장 7명 등 19명으로 구성됐으며, 정책별 사회협약 체결과 주민 권익 증진에 관한 사항을 도지사에게 자문한다. 도민 참여 → 공동 의사결정 → 공익적 활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제도의 핵심이다.
다만 이번 장학사업이 단발성 지원에 머물지 않고 사회협약 제도가 정착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제1호 사회협약’이라는 상징성이 제도의 지속성과 확산으로 이어질지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도민이 함께 만든 기금이 미래세대를 위한 장학사업으로 이어진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협약은 단순한 정책 수행을 넘어, 지역사회와 행정이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전북형 사회협력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일 오후 2시쯤 경기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 육교 인근에서 주행 중이던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차량 안에는 미성년자 자녀 2명을 포함한 일가족 4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뒤집어진 차량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화재 발생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사고 차량 뒤에서 각자 차를 몰고 가던 김형모씨와 노미혜씨는 곧바로 차를 멈추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두 사람은 힘을 합쳐 차를 뒤집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씨와 노씨는 즉각 인근 공원으로 달려가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공원에 있던 시민 10명이 이들의 외침을 듣고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힘을 합쳐 차량을 일부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시민들이 차량을 들어올린 틈 사이로 일가족 모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구조를 마친 후에도 김씨와 노씨를 포함한 시민들의 선행은 이어졌다. 이들은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자발적으로 현장 교통정리를 하는 한편 차량 파편 등을 치워 위험 요소를 제거했다. 시민들은 사고 가족들이 경찰과 소방당국에 인계된 후 조용히 현장을 떠났다.
안산시는 4일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망설임 없이 구조에 나서고 선행을 알리지 않은 이들의 시민정신이 지역사회에 큰 귀감이 됐다”며 “김씨와 노씨에게 모범시민 표창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지난달 29일 열렸다.
“임신중지는 범죄로 다뤄져선 안 됩니다. 이것은 의료서비스입니다.”
온라인으로 임신중지약 정보 등을 제공하는 국제단체 ‘위민온웹(Women on web)’의 의사 수잔 펠트하이스 박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말했다. 여성인권을 상징하는 초록색 옷을 입은 그는 “임신중지약은 여성의 안전을 위한 필수적 권리”라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이 주최한 ‘모든 사람들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유산유도제 도입 간담회’가 열렸다. 유산유도제는 임신중지를 위해 먹는 약으로, 한국에선 ‘미프진’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지난달 13일 이재명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도입’과 ‘임신중지 법·제도 추진’을 국정과제로 명시하면서 관련 입법을 통해 이 약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9년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이후로 여성단체 등은 미프진을 정식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법이 정비되지 않았다”며 허가를 미뤄왔다. 국회에서도 입법이 되지 않으면서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프진 도입 등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국가 차원의 의료 정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SNS에선 ‘미프진 구합니다’와 같은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등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초청된 펠트하이스 박사는 임신중지약 도입을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한 해 7333만 건의 임신중지가 이뤄지고 있고 이 중 2500만건의 임신중지가 안전하지 않은 방법”이라며 “임신중지약은 여성이 불법 수술 등에 의존하지 않고 안전하게 임신중지에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자료를 보면 임신중지약을 먹었을 때 과다 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은 0.5% 이하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미프진과 같은 임신중지약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현재 미국·프랑스 등 90여개국에서 임신중지약을 약국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한국에선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장관과 식약처장에게 도입을 권고했다.
펠트하이스 박사는 임신중지를 범죄화하는 사회에선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임신중지가 필요한 사람들은 주로 사회적 취약계층”이라며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청소년, 실업자 등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나 교육·비용이 부족해 치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도가 없으면 이들은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로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신중지를 범죄로 바라봐선 안 된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주 여성, 장애 여성 등 제도권 바깥에 있는 한국 여성들에게 임신중지 서비스는 사치제가 됐다”며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사직으로 산부인과 진료도 부족한 상황에서 여성들 간에 어떤 격차가 생기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정책연구원의 2025년 이슈페이퍼를 보면 임신중지 수술 비용 등은 ‘100만원 이상’이 40%로 해마다 느는 추세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엔 ‘인공임신중절’을 ‘인공임신중지’라는 용어로 바꾸고, 수술에 더해 약물을 사용하는 행위도 임신중지 의료행위에 포함했다. 펠트하이스 박사는 “이런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임신중지는 특권이 아닌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