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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서 ‘미생(未生)’은 생사가 불확실한 돌을 말한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 역시 완전하지 못해 회사에서 생존이 불확실한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이 같은 ‘미생’은 비단 기업 혹은 노동시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화려해 보이는 스포츠 세계 이면에서 프로 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하부 리그에서 뛰며 생사의 불확실함을 겪는 스포츠 선수들을 ‘스포츠 미생’으로 부른다. 그 규모의 크기와 사태의 심각함, 그리고 약자들에 대한 돌봄의 관점을 함께 고려할 때 이제는 ‘스포츠 미생’들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관여가 다음과 같이 제도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더 이상 이 문제를 미루거나 방관해선 안 된다.
첫째, ‘스포츠 미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 행정의 일원화와 거버넌스 체제가 시급하다. 스포츠의 사회적 효과와 의의의 다면성으로 인해 관련 업무들이 교육·보건복지·문화체육 등 영역으로 다기화돼 있어 정책 주체들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스포츠 부문 약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려고 해도 각 정부 부처의 업무영역 간 ‘벽’으로 인해 정책의 통합성과 정책 간 상보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 각 부처의 스포츠 관련 부문을 각자 부처 안에 갇혀 있게 하지 말고 타 부처와 횡적으로 연결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즉 ‘스포츠 미생’ 문제를 해결하는 행정의 일체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통합 행정기구의 정책 결정 과정에 스포츠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거버넌스가 관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포츠 기본법’ 등 관련 제도는 이미 구축되어 있으나 정부 정책 루트의 비일체화로 인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비상설 위원회 혹은 특정 분야에 범위를 좁힌 협회 등을 양산해 행정과 정책지원의 실패를 초래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둘째, 통합적인 국가 정책 플랫폼 체계하에서 지역별 특성에 맞게 스포츠를 활용해 이를 ‘지역 살리기’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한 것 역시 ‘스포츠 미생’들을 위한 지원책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영국은 정책 체계상 일원화된 정부 부처(문화스포츠부)가 ‘스포츠 미생’들을 위해 교육·복지·노동 관점에서 통합적인 정책지원을 수행하면서도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지역별로 스포츠 정책 로컬 플랫폼을 구축해 이들에게 지역 상황에 맞는 스포츠 산업화를 장려하며 재정을 지원한다. 일본 역시 정부 부처인 스포츠청이 지역별 스포츠위원회와 연계하고 현지 지도, 전문인력 지원 등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과 인재 육성, 스포츠 흥행 등을 동시에 추진한다.
영국과 일본이 지향하는 스포츠 정책의 ‘지역화(Localization)’는 지역 상황에 맞는, 지역에 뿌리내린 스포츠 산업화를 담보하며 지역 차원의 비즈니스와 인재 수요를 크게 창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스포츠 미생’들은 지역 스포츠 리그에서 활동하거나 전문 스태프로 재취업하는 등 형태로 지역화 대응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앙정부의 일원화된 스포츠 정책 체계와 ‘지역화’가 잘 조합되면, ‘지역별 맞춤형 스포츠’를 활성화할 수 있다. 지역의 스포츠 인재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스포츠 산업의 수익이 지역에 재투자되며 지역 내 고용도 창출해내는 이른바 ‘지역순환경제’까지 담보할 수 있게 된다.
스포츠판만큼이나 ‘살아날 가능성도, 또 죽을 가능성도 다 가지고 있는 돌’이 많은 영역도 없다. 이 ‘미생’을 살릴 수 있는 한 수(手)가 바로, 스포츠 정책을 중앙 차원의 일원화와 지역 차원의 다면화를 통해 ‘포용적(Inclusive) 사회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바둑판에서는 ‘미생’을 살려내야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