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성범죄전문변호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일 중국 방문에 외교·경제 분야 참모들과 함께 딸 김주애도 동행했다. 김 위원장이 주애를 후계자로 낙점하면서 국제사회에 이를 공표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오후 4시쯤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의 뒤에 딸 주애가 서 있다. 사진에 리설주 여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애가 아버지의 해외 방문에 동행한 것은 처음이다. 주애는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3·6월과 이듬해 1월 김 위원장의 방중에는 리 여사가 동행했었다.
2022년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 주애는 점차 그 활동 빈도를 높여왔다. 지난해 8월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무기체계 인계·인수 기념식에서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조카인 주애를 허리까지 숙이며 의전했다. 지난 6월 나진조선소에서 진행된 해군 구축함 진수기념식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리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했다. 반면 리 여사는 지난해 1월 1일 신년경축대공연 관람 이후 대외적인 활동을 줄여왔다.
김 위원장의 첫 번째 다자외교에 후계자로 꼽히는 주애와 함께 등장하는 것은 주애를 후계자로 공식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주애는 지난 5월 러시아 전승절을 맞아 김 위원장과 함께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하면서 외교무대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북한은 후계자가 내정된 이후 중국 지도자를 만나는 일종의 ‘신고식’을 해왔다. 선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계자로 내정된 지 9년 만인 1983년 중국을 방문해 덩샤오핑 주석을 만났다. 김 위원장도 2009년 후계자로 내정된 뒤 2011년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곳에서 후계자로서 공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주애를 후계자로 공식 발표한 적은 없다. 이 점에서 주애를 미래세대의 상징으로 내세운 것이지 후계자 공식화와 연관성은 적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김 위원장과 동행한 김여정 당 부부장은 2018·2019년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이번 북·러, 북·중 회담에서도 가장 지근거리에서 김정은을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동행한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수행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동행이 확인된 김성남 당 국제부장은 중국과 ‘당 대 당’ 외교를, 최선희 외무상은 지난 7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교와와 원산에서 회담하는 등 러시아와 외교를 맡아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김성남 국제부장은 북·중정상회담, 최선희 외무상은 북·러 만남을 준비하고 수행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경제분야 참모인 김덕훈 당 경제비서 겸 경제부장도 동행했다. 이번 방중의 목표 중 하나가 중국과 경제협력 확대로 꼽히는 상황이다. 김덕훈 비서는 지난해 12월까지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내각총리를 지냈다. 박태성 총리까지 동행했다면 이번 방중에서 경제협력에 더 큰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조용원 당 조직비서 겸 조직지도부장도 동행했다.
노광철 국방상이 동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가 동행했다면 이번 방중은 중국과 외교·경제 협력을 넘어 국방 분야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러시아와 국방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장창하 미사일총국장은 미사일 기술 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고려해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바둑에서 ‘미생(未生)’은 생사가 불확실한 돌을 말한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 역시 완전하지 못해 회사에서 생존이 불확실한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이 같은 ‘미생’은 비단 기업 혹은 노동시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화려해 보이는 스포츠 세계 이면에서 프로 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하부 리그에서 뛰며 생사의 불확실함을 겪는 스포츠 선수들을 ‘스포츠 미생’으로 부른다. 그 규모의 크기와 사태의 심각함, 그리고 약자들에 대한 돌봄의 관점을 함께 고려할 때 이제는 ‘스포츠 미생’들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관여가 다음과 같이 제도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더 이상 이 문제를 미루거나 방관해선 안 된다.
첫째, ‘스포츠 미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 행정의 일원화와 거버넌스 체제가 시급하다. 스포츠의 사회적 효과와 의의의 다면성으로 인해 관련 업무들이 교육·보건복지·문화체육 등 영역으로 다기화돼 있어 정책 주체들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스포츠 부문 약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려고 해도 각 정부 부처의 업무영역 간 ‘벽’으로 인해 정책의 통합성과 정책 간 상보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 각 부처의 스포츠 관련 부문을 각자 부처 안에 갇혀 있게 하지 말고 타 부처와 횡적으로 연결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즉 ‘스포츠 미생’ 문제를 해결하는 행정의 일체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통합 행정기구의 정책 결정 과정에 스포츠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거버넌스가 관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포츠 기본법’ 등 관련 제도는 이미 구축되어 있으나 정부 정책 루트의 비일체화로 인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비상설 위원회 혹은 특정 분야에 범위를 좁힌 협회 등을 양산해 행정과 정책지원의 실패를 초래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둘째, 통합적인 국가 정책 플랫폼 체계하에서 지역별 특성에 맞게 스포츠를 활용해 이를 ‘지역 살리기’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한 것 역시 ‘스포츠 미생’들을 위한 지원책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영국은 정책 체계상 일원화된 정부 부처(문화스포츠부)가 ‘스포츠 미생’들을 위해 교육·복지·노동 관점에서 통합적인 정책지원을 수행하면서도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지역별로 스포츠 정책 로컬 플랫폼을 구축해 이들에게 지역 상황에 맞는 스포츠 산업화를 장려하며 재정을 지원한다. 일본 역시 정부 부처인 스포츠청이 지역별 스포츠위원회와 연계하고 현지 지도, 전문인력 지원 등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과 인재 육성, 스포츠 흥행 등을 동시에 추진한다.
영국과 일본이 지향하는 스포츠 정책의 ‘지역화(Localization)’는 지역 상황에 맞는, 지역에 뿌리내린 스포츠 산업화를 담보하며 지역 차원의 비즈니스와 인재 수요를 크게 창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스포츠 미생’들은 지역 스포츠 리그에서 활동하거나 전문 스태프로 재취업하는 등 형태로 지역화 대응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앙정부의 일원화된 스포츠 정책 체계와 ‘지역화’가 잘 조합되면, ‘지역별 맞춤형 스포츠’를 활성화할 수 있다. 지역의 스포츠 인재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스포츠 산업의 수익이 지역에 재투자되며 지역 내 고용도 창출해내는 이른바 ‘지역순환경제’까지 담보할 수 있게 된다.
스포츠판만큼이나 ‘살아날 가능성도, 또 죽을 가능성도 다 가지고 있는 돌’이 많은 영역도 없다. 이 ‘미생’을 살릴 수 있는 한 수(手)가 바로, 스포츠 정책을 중앙 차원의 일원화와 지역 차원의 다면화를 통해 ‘포용적(Inclusive) 사회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바둑판에서는 ‘미생’을 살려내야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