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이구입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천재들의 시대였다. 조토와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뛰는 천재적 예술가들이 그토록 짧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배출된 것은 기적과도 같다. 그런데 관점을 바꿔보자. 당대에 배출된 것이 천재라기보다 천재의 개념이라고. 르네상스 시대에 천재의 개념이 나타났고, 이 개념이 그들에게 붙여진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예술의 개념도 얼추 그 시대에 등장했는데, 예술의 어원인 이탈리아어 ‘아르테’(arte)는 본래 기예나 기술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런 점에서 예술가의 조상은 직종의 기능을 보유한 장인으로서, 어쩌면 이탈리아 장인 문화야말로 현대 예술이 뻗어 나온 뿌리인 셈이다.
르네상스 이탈리아는 현대적인 순수 예술의 개념이 싹튼 비옥한 토양이었다. 그림은 손이 아니라 머리로 그린다는 미켈란젤로의 확신은 새로운 개념의 등장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예술가의 자부심도 덩달아 치솟았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에 얽힌 일화가 흥미롭다. 그가 자신의 걸작에 경탄하는 관객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어느 날, 한 관객이 저 위대한 작품을 만든 조각가의 이름을 물었다. 아직도 자기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데 실망한 미켈란젤로는 안내원이 다른 조각가의 이름을 대자 분개하여 급기야 제 이름을 작품에 새겼다! 그렇게 미켈란젤로는 격정적인 말과 행위로 천재적 예술가의 특성을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 넣었다.
반면, 그 또한 천재일 것으로 짐작되는 카스틸리오네는 <궁정론>에서 격정 없는 분석으로 천재의 비밀을 은밀히 누설한다. 그에 따르면, 무언가를 잘하는 것은 경이로운데, 하물며 쉽게 잘하는 것은 지극히 경이롭다. 여기서 핵심은 ‘쉽게’ 해내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으로 쉬이 해낸 것이 아니라 힘들이지 않고 해낸 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큰 수고를 들였다는 티를 내지 않고서, 유유히,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 것으로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카스틸리오네는 과소평가한다는 뜻의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로 불렀고, 우아함에 이르는 보편적 법칙으로 제시했다.
‘스프레차투라’에서 중요한 것은 대수롭지 않게 꾸미는 법이지, 실제로도 공들이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를 어떻게 그렸을까? 고소 공포와 싸우며 물감을 뒤집어쓴 채 4년간 고투를 벌이지 않았나. 그런데도 우리는 그가 천부적인 능력으로 그 힘든 일을 단숨에 해치웠으리라 추정한다. 그러나 현실의 천재는 노력하지 않고도 위대한 성과를 거두는 자가 아니라 사력을 다해 노력하는 자다.
‘스프레차투라’가 전하는 또 다른 교훈은 기술을 숨길수록 기술이 드러난다는 역설에 있다. 어떤 일을 고단하게 성취했지만, 그럼에도 생색내지 않고 초연하게, 태평하게, 무심하게 보이는 것은 그 성취의 힘을 배가하고 증폭한다. 아닌 게 아니라 천재적이라는 평가야말로 한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스프레차투라’는 의도적으로 기술을 숨기는 기술이자, 탁월함이 자아내는 경이로움을 더 경이롭게 만드는 방법으로 정의될 수 있으리라.
요컨대 ‘스프레차투라’는 무대의 위와 뒤, 겉과 속의 차이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인들은 외양과 실제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 서로가 관찰하고 관찰당하는 도시라는 경연장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어떻게 보일지 의식하며 연기를 하는데, 매력과 권력을 얻기 위해 어떤 때는 아름다운 모습(‘벨라 피구라’)을 무대 위에 드러내야 하고, 다른 때는 무대 뒤의 기술을 숨겨야 한다(‘스프레차투라’). 최악은 양자를 혼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키아벨리식으로 말하면, 현실 정치에서 드러내야 할 때 숨기고 숨겨야 할 때 드러내는 자는 파멸할 것이다.
경기 안산시의 지능형교통체계(ITS) 사업 관련 뇌물 사건에 연루된 현직 경기도의원들이 검찰에 송치됐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현직 경기도의원 A씨 등 3명과 공범 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뇌물 또는 향응을 챙긴 혐의를 받는 경기도의원 B씨와 전 화성시의원 C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ITS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D씨의 사업 선정 등 편의를 봐주며 각각 수천만원에서 2억8000여만원에 이르는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업자 D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현직 도의원인 A씨 등에게 로비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수사 결과 A씨 등은 D씨의 청탁에 따라 ITS 구축 사업 관련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이 지역구에 배정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것으로 조사됐다. 특조금은 시군의 재정 격차 해소 등을 위해 도지사가 재량으로 지원하는 재원이다.
한편 경찰은 D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치인과 공직자 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